주말마다 해외 축구를 시청하다 보면 4-3-3, 4-2-3-1, 3-5-2 같은 복잡한 숫자의 조합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감독이 경기 도중 포메이션을 바꾸고 수비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라인을 조율하는 모습은 현대 축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죠.
하지만 100여 년 전 축구의 초창기에는 이러한 '전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그저 공을 가진 사람 뒤를 우르르 쫓아다니며 냅다 전방으로 공을 차올리기 바빴죠.
오늘날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로 명확히 나뉘어 공간을 분배하는 현대 전술의 모태가 된 혁신, 바로 1930년대 시대를 흔들었던 'W-M 전술'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공 따라 우르르": 전술이 없고 공격수만 8명이던 시절
19세기 후반 영국의 초기 축구 경기를 살펴보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당시의 대표적인 포메이션은 '1-1-8' 또는 '2-2-6'이었습니다. 수비수는 단 1~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8~9명의 선수들은 모두 전방으로 달려나가는 공격수였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공격 포메이션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의 오프사이드 규칙이 매우 엄격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앞에 아군 선수가 있으면 패스를 줄 수 없었기에, 공을 잡은 선수는 마치 럭비처럼 혼자 드블을 치며 전진해야 했고 다른 선수들은 그 뒤를 쫓아 뛰었습니다.
전술적 공간 활용이나 조직적인 수비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약 그 시절에 단 2명뿐인 수비수 중 한 명으로 뛰었다면, 몰려오는 8명의 상대 공격수들을 바라보며 매 순간 절망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25년 오프사이드 규칙이 완화되면서 축구장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오프사이드 완화와 골 폭풍: 혁신가 허버트 채프먼의 해법
1925년, 축구 당국은 경기의 지루함을 피하고 골을 더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 "수비수 3명이 있어야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는 규칙을 "수비수 2명"으로 완화했습니다.
이 규칙 개정은 수비진에게 재앙이었습니다. 공격수들이 훨씬 자유롭게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었고, 매 경기 5:4, 6:3 같은 난타전이 벌어지며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이 바로 잉글랜드 아스날 FC의 전설적인 감독 허버트 채프먼(Herbert Chapman)이었습니다.
채프먼 감독은 단순히 수비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선수들의 배치를 숫자 'W'와 'M' 모양으로 교차 배열하는 파격적인 'W-M 전술(3-2-2-3 포메이션)'을 고안해 냈습니다.
공격진 5명이 알파벳 'W' 모양을 이루고, 수비진 5명이 알파벳 'M' 모양을 이루며 경기장 전체를 효율적으로 분할한 것입니다.
센터백의 탄생과 포지션 전문화의 시작
W-M 전술이 축구사에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바로 '센터백(Center-back)'이라는 전문 수비 포지션의 최초 탄생입니다.
기존 2명의 수비수(풀백) 체제에서는 중앙 공간이 뻥 뚫려 상대 스트라이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했습니다.
채프먼 감독은 중원에 있던 하프백 선수 한 명을 중앙 수비로 완전히 내려, 양쪽 풀백 사이에 거대한 벽 역할을 하는 '스토퍼(센터백)'로배치했습니다.
중앙 수비수가 상대의 핵심 스트라이커를 전담 마크하고, 양 측면 풀백이 공간을 커버하자 상대의 공격은 완벽하게 차단되었습니다.
동시에 중원과 후방을 연결하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정립되면서 축구는 비로소 '공간을 나눠 쓰고 전문 포지션을 수행하는 현대적인 스포츠'로 탈바꿈했습니다.
아스날은 이 W-M 전술을 바탕으로 1930년대 잉글랜드 리그를 지배하며 거대한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글쓴이의 한마디
오늘날 경기장 위에서 펼쳐지는 포백 라인의 일사불란한 압박과 포지션 스위칭을 볼 때마다, 100년 전 오프사이드 규칙 변경이라는 위기 속에서 경기장을 'W'와 'M'이라는 문자로 나누어 본 채프먼 감독의 천재성에 탄복하게 됩니다.
제가 전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깨달은 것은, 축구의 위대한 진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규칙의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적응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지도자들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완성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핵심 요약
초창기 축구는 수비수가 1~2명에 불과하고 공격수가 8명 이상인 '공 따라 뛰기' 수준의 무전술 형태였습니다.
1925년 오프사이드 규칙 완화로 대량 실점 사태가 속출하자, 아스날의 허버트 채프먼 감독이 공격과 수비를 W와 M 형태로 배치한 'W-M 전술'을 고안했습니다.
W-M 전술을 통해 역사상 최초로 '중앙 수비수(센터백)' 개념이 확립되었으며, 포지션 전문화와 현대 축구 전술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7편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감독의 분신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의 상징, '주장 완장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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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과연 상대 공격수를 막아내는 '강한 수비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빌드업을 시작하는 '패스 능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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