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피언스리그나 각국 컵 대회의 토너먼트 경기를 보다 보면 두 팀이 서로의 홈구장을 번갈아 가며 두 번 경기를 치르는 '홈 앤 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을 접하게 됩니다. 

90분 단판 승부보다 훨씬 더 긴장감이 넘치고, 1차전 결과에 따라 2차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극이 펼쳐지기도 하죠. 

불과 얼마 전까지는 '원정 다득점 원칙(Away Goals Rule)'이라는 규칙 때문에 원정팀이 골을 넣으면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주어 수많은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축구는 단판 승부가 아닌 홈 앤 어웨이라는 번거로운 방식을 도입했을까요? 

그리고 축구 팬들을 울리고 웃겼던 원정 다득점 원칙은 왜 생겨났고, 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을까요? 축구의 전략적 재미를 극대화해 준 이 제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남의 동네에서는 공을 못 차겠네": 홈 경기 이점이 만들어낸 불공정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축구 대회가 처음 생겨났을 때 대부분의 경기는 단판 승부였습니다. 

하지만 단판 경기는 중립 지역이 아닌 이상 어느 한 팀의 홈구장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원정팀에게 너무나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당시의 원정길은 지금처럼 쾌적한 전용 버스나 비행기가 아닌, 몇 날 며칠 동안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거나 배를 타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선수들은 이미 녹초가 되었죠. 게다가 가혹한 원정 팬들의 야유, 낯선 잔디 상태, 홈팀에 유리한 심판의 판정까지 더해져 원정팀이 승리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었습니다. 

공정한 실력 겨루기가 되지 않자, 축구 행정가들은 "그렇다면 두 팀이 서로의 안방에서 한 번씩 경기를 치르고, 두 경기의 합산 점수로 승패를 가이자"라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홈 앤 어웨이 제도의 탄생 배경이었습니다.


원정팀의 극단적 '텐백'을 깨기 위한 조치: 원정 다득점 원칙의 등장

홈 앤 어웨이 제도가 자리를 잡았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정 경기를 떠난 팀들이 패배를 면하기 위해 작정하고 골문 앞에 모든 선수를 세워두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 일명 '텐백(Ten-back)' 전략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기기만 하면, 2차전 홈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안일한 전술 탓에 원정 경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비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관중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이에 유럽축구연맹(UEFA)은 1965년,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전격 도입합니다. 

두 경기의 합산 점수가 같을 경우, "원정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에게 승리를 준다"는 규칙이었습니다.

이 규칙이 적용되자 경기 양상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골을 넣으면 '1.5골' 이상의 치명적인 가치를 갖게 되므로, 원정길에서도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1차전부터 양 팀이 불꽃 튀는 화력전전으로 맞붙게 되면서 토너먼트의 역동성과 재미는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제가 과거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시청할 때, 원정팀이 종료 직전 골을 넣는 순간 경기 전체의 향방이 뒤바뀌어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시대의 변화와 원정 다득점 원칙의 폐지

하지만 반세기 동안 축구장의 최고의 흥행 카드로 작동했던 원정 다득점 원칙도 세월이 흐르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2000년대 이후 교통수단과 숙박 시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과거처럼 원정길에 오르는 것이 선수들에게 과도한 피로를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잔디 관리 기술과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도입으로 홈 경기의 일방적인 이점도 예전만큼 크지 않게 되었죠.

오히려 원정 다득점 원칙 때문에 "홈팀이 원정골을 실점할까 봐 홈에서조차 소극적으로 수비를 한다"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원정팀이 30분의 원정 가산점 시간을 더 받는다는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UEFA는 2021-22 시즌을 끝으로 56년 동안 유지해 온 원정 다득점 원칙을 공식 폐지했습니다. 

이제는 두 경기 합산 점수가 같으면 원정골 수와 관계없이 무조건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글쓴이의 한마디

홈 앤 어웨이 제도와 원정 다득점 원칙의 역사를 살펴보면, 스포츠의 규칙이라는 것이 단순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더 역동적이고 공정한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는 1차전과 2차전 내내 순수하게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올라가는 명확한 구조가 되어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핵심 요약

  • 홈 앤 어웨이 제도는 이동 수단이 열악하던 시절 원정팀이 받던 치명적인 불이익을 해소하고 공정한 승부를 가리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 원정 다득점 원칙은 원정팀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방지하고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1965년 UEFA가 도입했습니다.

  • 현대 축구에 이르러 이동 편의성 향상과 홈 이점 감소로 인해 원정 다득점 원칙의 부작용이 부각되었고, 결국 2021년에 공식 폐지되었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6편에서는 현대 축구 전술의 시초이자 수비수와 공격수의 포지션을 명확히 분화시킨 역사적 혁신, 'W-M 전술의 등장과 포지션의 변천사'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댓글로 소통해요!

여러분은 합산 점수가 같을 때 짜릿함을 더해주던 '원정 다득점 원칙'이 유지되는 것이 좋았나요, 아니면 지금처럼 단순 점수 합산과 승부차기로 깔끔하게 가리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