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도대체 이런 규칙은 언제, 왜 만들어진 걸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비디오 판독(VAR)의 도입, 경기 중 교체 선수 인원의 확대, 핸드볼 반칙 기준의 미세한 변화, 오프사이드 판정의 기술화까지. 축구 규칙은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바뀌지 않는 성경 구절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맞춰 끊임없이 수정되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스포츠인 축구의 규칙은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것일까요? 

FIFA(국제축구연맹)조차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축구계의 최고 법정,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탄생 배경과 축구사를 송두리째 바꾼 역사적인 결정들을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FIFA보다 오래된 역사: IFAB의 탄생과 독특한 투표권 구조


많은 축구 팬들이 축구의 모든 규칙을 FIFA가 독단적으로 제정하고 변경한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유일한 기관은 1886년에 설립된 국제축구평의회(IFAB, International Football Association Board)입니다. 


놀랍게도 1904년에 설립된 FIFA보다 무려 18년이나 먼저 탄생한 조직이죠.


19세기 후반 축구 종가 영국의 4개 축구협회(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던 지역 규칙을 하나로 통일하고, 국제 경기를 치르기 위한 표준 규칙을 만들기 위해 IFAB를 설립했습니다. 


훗날 FIFA가 설립된 후에도 IFAB는 자신들의 독립성과 정통성을 인정받아 규칙 제정권을 유지했습니다.


IFAB의 투표 구조는 지금도 무척 독특하고 보수적입니다.


  • 영국 4개 축구협회: 각 1표씩 (총 4표)


  • FIFA(나머지 전 세계 축구계 대표): 총 4표


  • 합계: 총 8표



축구 규칙의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8표 중 6표 이상(75%)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즉, FIFA가 전 세계 축구 연맹을 대표하여 찬성표 4표를 모두 던지더라도, 영국 4개 협회 중 2개 협회가 반대하면 규칙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반대로 영국 4개 협회가 모두 찬성해도 FIFA가 반대하면 개정할 수 없죠. 이러한 철저한 견제와 균형 구조 덕분에 축구의 규칙은 함부로 바뀌지 않고 높은 전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축구사를 뒤흔든 IFAB의 3대 파격적 결정들


IFAB는 설립 이후 수백 가지의 규칙을 수정해 왔지만, 그중에서도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결정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백패스 규칙의 도입 (1992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축구 역사상 가장 지루한 대회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당시에는 골키퍼가 아군 수비수가 발로 패스해 준 공을 손으로 잡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선제골을 넣은 팀은 수비진과 골키퍼 사이에 의미 없는 백패스를 수십 번씩 주고받으며 시간을 지체시켰고, 관중들은 지루함에 야유를 보냈습니다. 


이에 IFAB는 1992년 "아군 선수가 의도적으로 발로 패스한 공은 골키퍼가 손으로 잡을 수 없다"는 백패스 금지 규칙을 정격 도입했습니다. 


이 결정 하나로 골키퍼는 단순한 수문장에서 발기술을 갖춘 '빌드업의 시초'로 진화해야 했고, 경기의 스피드와 전개 속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2.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의 승인 (2018년)


축구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보수적인 관념이 오랜 기간 지배하던 스포츠였습니다. 

하지만 월드컵과 유럽 빅리그에서 결정적인 오심으로 승패가 갈리는 비극이 반복되자, IFAB는 기술의 손을 잡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랜 현장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18년 VAR 시스템의 공식 도입을 최종 승인한 것입니다. 


경기장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억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 결정은 스포츠 현장에 과학 기술이 깊숙이 개입하는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3. 교체 선수 5명 확대의 정착 (2020~2022년)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여경 속에서 선수들의 빡빡한 경기 일정과 부상 위험이 대두되자, IFAB는 한시적으로 팀당 교체 인원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려주었습니다. 


당초 일시적인 응급조치였으나, 선수 보호 효과와 더불어 감독들의 전술적 다양성이 비약적으로 풍부해지는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자, IFAB는 2022년 이 규정을 영구적인 정식 규칙으로 최종 승인했습니다.


글쓴이의 한마디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의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보수적인 기관(IFAB)'이 시대의 요구와 선수의 안전, 그리고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규칙을 유연하게 다듬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규칙의 역사를 살펴보며 느낀 것은, 진정한 전통이란 고인 물처럼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본질적인 재미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현대화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핵심 요약


  • 축구의 규칙은 FIFA가 아닌 1886년에 설립된 독립 기관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전적으로 관장하고 결정합니다.


  • IFAB의 의결 구조는 영국 4개 협회(4표)와 FIFA(4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75%(6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규칙 개정이 승인됩니다.


  • 1992년 백패스 금지, 2018년 VAR 도입, 2022년 교체 선수 5명 확대 등 IFAB의 결정은 축구의 스피드와 공정성, 전술적 역동성을 발전시켜 온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시리즈 완결 안내

총 20편에 걸쳐 진행된 [축구 역사 비하인드 시리즈]가 이번 편을 끝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축구의 기원부터 장비의 진화, 규칙의 탄생까지 긴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소통해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뀐 여러 축구 규칙들 중 경기의 재미를 가장 높여주었다고 생각하는 '최고의 규칙 개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자유로운 의견을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