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월드컵 우승국이 들어 올리는 황금빛 트로피는 전 세계 축구인들의 로망입니다.
하지만 이 멋진 트로피 이전에 '쥘 리메 컵'이라는 초대 월드컵 트로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전설적인 트로피가 삼엄한 경비를 뚫고 두 번이나 도난당했고, 끝내 용광로에 녹아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마치 한 편의 씁쓸한 범죄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축구 영웅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보물이 어처구니없이 사라져 버린, 월드컵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하고 안타까운 잔혹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전쟁의 포화 속, 구두 상자에 숨겨진 트로피
쥘 리메 컵은 순은에 금을 입히고 청색 라피스 라줄리를 받침대로 사용한 아름다운 예술품이었습니다.
이 귀한 보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합니다.
당시 FIFA 부회장이자 이탈리아 축구협회장이었던 오토리노 바라시는 나치 군대의 공습과 약탈로부터 트로피를 지켜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저라면 그 귀한 것을 가장 안전하고 삼엄한 은행 금고에 맡겼을 것 같은데, 바라시의 선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는 로마에 있는 자신의 집 침대 밑, 낡은 구두 상자 안에 트로피를 툭 던져두듯 숨겼습니다.
놀랍게도 나치 군인들이 그의 집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허름한 구두 상자는 의심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자, 바라시의 기치 가득한 기지가 빛난 최고의 명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런던 한복판에서 사라진 트로피와 견공 '피클스'의 황당한 구출극
하지만 진짜 비극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을 앞두고 일어났습니다.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중앙홀에 전시되어 있던 쥘 리메 컵이 삼엄한 경비를 비웃듯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당시 영국 축구협회는 얼마나 눈앞이 캄캄했을까요?
심지어 체면 구겨질 것이 두려워 몰래 가짜 복제품을 만들기까지 했다니, 그 당혹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대대적인 수색에도 단서조차 잡지 못하던 일주일 뒤,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영웅이 등장합니다.
런던 남부의 한 정원을 산책하던 믹스견 '피클스'가 신문지에 싸인 채 나무 밑에 묻혀 있던 쥘 리메 컵을 냄새로 찾아낸 것입니다.
일류 탐정들도 못 찾은 보물을 평범한 강아지가 찾아내다니, 역사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사건으로 피클스는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월드컵 개막식에 귀빈으로 초대되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로피의 수난은 유쾌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브라질에서의 두 번째 도난, 그리고 영원한 실종이 준 씁쓸함
1970년, 월드컵에서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한 브라질은 FIFA의 규정에 따라 쥘 리메 컵을 영구 소장할 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리우데자네이루 본부 건물의 방탄유리 상자 안에 트로피를 안전하게 보관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저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방탄유리 앞면만 튼튼하게 만들면 무얼 할까요? 벽과 맞닿은 뒷면은 단순한 나무 프레임으로 고정되어 있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결국 1983년, 이 어설픈 보안을 노린 4인조 강도단은 경비원을 묶어두고 불과 몇 분 만에 트로피를 뜯어내 달아났습니다.
당시 브라질 전역은 깊은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지만, 범인들이 잡혔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범인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황금 트로피를 즉시 용광로에 넣어 녹여버렸다고 자백했습니다.
펠레를 비롯한 수많은 전설들이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던, 축구 역사의 가장 빛나는 상징이 한순간에 금덩어리로 변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탐욕에 의해 녹아내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허망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역사에서 배운 교훈과 현대 트로피의 보안
이 뼈아픈 비극 이후, FIFA는 우승 트로피 관리 규정을 칼같이 바꾸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FIFA 월드컵 트로피'는 결승전 당일 수여식 직후 다시 FIFA가 잽싸게 회수하여 스위스 취리히의 본부 박물관 깊숙한 곳에 철저한 보안 속에 보관합니다.
우승국에게는 진품이 아닌, 외관만 똑같이 제작된 도금 복제품(레플리카)만 주어집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긴 하지만, 쥘 리메 컵의 실종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철통 보안이 완성된 셈입니다.
글쓴이의 한마디
우승의 영광을 상징하던 쥘 리메 컵은 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축구의 낭만과 열정까지 녹여버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진품은 사라졌기에 우리 마음속에서 더욱 전설적인 보물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선수들이 등 뒤에 다는 '등번호'에 얽힌 재미있는 유래를 알아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포지션을 구분하기 위해 달았던 숫자가 어떻게 선수의 자존심이자 마케팅의 핵심이 되었는지, 번호에 얽힌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대해 주세요!
댓글로 소통해요!
만약 범인들의 자백이 거짓이고, 사라진 쥘 리메 컵이 사실은 어딘가 비밀스러운 개인 금고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이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시나요? 댓글로 자유로운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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